[길섶에서] 문발리/노주석 논설위원
수정 2009-05-29 00:00
입력 2009-05-29 00:00
출판도시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에 자리잡고 있다. 문발리(文發里)라. 글(文)이 퍼져나가는(發) 동네(里)란 뜻이다. 공교롭다. 장차 이 터에 책의 도시가 들어설 것을 예언한 지명이다. 이율곡의 성리학을 계승한 기호학파의 발상지인 파주는 예로부터 문향(文鄕)이었다. 이 고장이 배출한 황희정승처럼 지혜로운 인물이 많이 나라는 뜻에서 조선 문종임금이 지어준 자유로변 문지리(文智里)가 지척이다.
편집-디자인-인쇄-유통 등 출판의 모든 것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출판도시의 본래 입지는 문발리가 아니었다. 일산신도시였다. 우여곡절 끝에 일산입주가 백지화되고 운명처럼 옮겨왔다. 문득 책이 고플 때 문발리로 떠나면 어떨까. 메마른 가슴을 책향기로 적실 수 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05-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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