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만목수참/김종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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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27 01:36
입력 2009-05-27 00:00
사람들은 수필이란 장르에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가슴 찡한 글 하나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독일 작가 안톤 슈나크가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그런 작품이다. 왜 지금 철 지난 글줄들이 자꾸 떠오를까. 오뉴월 장의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바이올렛색과 검정색, 둔하게 울려오는 종소리, 바이올린의 G현, 산길에 흩어져 있는 비둘기의 깃…. 작가는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슬프게 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우리의 심정도 그런 것 아닐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시름겹고 참담한 만목수참(滿目愁慘)의 심경. 이 비극적인 죽음 앞에선 너도나도 모두 같은 마음이리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념이고 정파가 무슨 대수인가.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파른 세상이 나를 슬프게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기쁨이 있는 곳을 즐겨 찾지만, 현명한 사람은 오히려 초상집을 찾아간다.”는 성경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 조문도 못 했으니 연락(宴)하는 집에만 마음이 있는 우매자 아닌가.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09-05-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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