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동부산관광단지 사업 성공하는 길/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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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28 01:10
입력 2009-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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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좌우명으로 제격이다.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물의 흐름을 통해 예지를 배우라는 뜻일 것이다. 물의 품성은 부드럽고 겸허한 데다 내면적 에너지도 충일하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도 물처럼 흘러야 제멋이다. 법(法)이라는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물(水)이 흘러간다(去)’는 의미라는 해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법은 시절과 세상살이에 들어맞아야 한다. 사람이 만든 법이 국가와 사회 문화 등 세상살이의 경계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법과 규율이 사회를 편 가르거나 옥죈다면 그것은 되레 멍에로 추락하는 것이다. 정의를 구현하고 민의를 반영해야 할 법이 상선약수의 이치에 반해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법도 적지 않다. 미래 성장의 축으로 떠오르는 관광산업을 다루는 관광진흥법 일부 규정 등도 그러하다. 1970년대에 싹이 튼 우리 관광산업은 지금 대중관광, 대량관광, 복지관광의 차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관련 법령들은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부산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이 범주에 속한다.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은 비록 외국 투자자와의 협상에 실패하긴 했지만, 반드시 이뤄야 할 부산의 비전사업이다. 관광단지 수준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고 투자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긴요하다. 그 첫 단추가 관광진흥법,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등 법 개정과 정부의 지원이다.

관광산업 관련 법령 개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최근 관광수요는 도심형 또는 정주형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단지형·복합 관광지 개발을 지향하는 추세다. 하지만 관광진흥 관련 법규는 도입 가능 시설이 공공편익, 숙박, 운동 오락 등 법이 정한 일정 시설만 설치토록 제한돼 있다.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 관광단지 227곳 중 86%인 195곳의 공사가 지지부진하다는 통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동부산관광단지 안에 적정 규모의 휴양형 주거시설을 허용해야 한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제60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시설지구안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 등은 관련 법령 개정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다. 주거시설 도입과 관련된 논란은 큰 흐름에서 ‘나무보다 숲을 본다.’는 의지로 설득해야 한다. 외국에도 사례가 있다.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 싱가포르의 센토사 리조트도 휴양형 주거단지를 조성했다. 유명 기업인과 연예 및 스포츠 스타들이 주거를 분양받아 휴양지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또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손질도 불가피하다. 현행 법령상 ‘개별형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 가능한 관광시설은 미화 2000달러 이상으로 관광호텔업, 수상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전문휴양업, 종합 휴양 및 유원시설로 제한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 범위가 너무 좁다. 수련원은 물론 기업 휴양 및 연수원, 실버타운, 웨딩타운, 전문학원, 어린이 외국어 학교 등이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선택과 집중’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광단지 관련 법령 개정은 비단 부산만 걸린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가 동병상련의 상황일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은 물론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동부산관광단지는 시행자의 노력만으로는 100%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상공·산업계와 언론을 포함한 부산 시민들이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준다면 이미 사업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2009-04-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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