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정보통신의 날 한국IT 유감/이창구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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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22 01:45
입력 2009-04-22 00:00
오늘은 제54회 정보통신의 날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별도의 기념식을 치른다. 모두에게 정당성은 있다. 정보통신부를 승계한 방통위는 법규에 따라 개최하는 것이고, 지난해 지경부로 넘어간 우본은 고종 황제 시절에 뿌리를 둔 ‘체신의 날’을 이어야 할 역사적 정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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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산업부 기자
이창구 산업부 기자
따로 치러지는 기념식이 우울한 것은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하는 우리의 정보기술(IT) 산업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IT를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이제 경구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29조원 규모로 편성된 ‘슈퍼 추경’에서 IT 관련 예산은 고작 3361억원이다. 관련 부처들이 요구한 1조 2000억원 중 대부분은 “경기부양 및 고용창출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깎였다.

올해 정부의 총연구개발(R&D) 투자에서 정보·전자 분야 R&D 투자비는 1조 9898억원으로, 처음으로 생명 분야(2조 1452억원)에 1위를 내줬다. 세계 IT 산업 성장률은 1998년 1.5%에서 2008년 5.5%로 상승한 반면 한국은 19%에서 5.8%로 후퇴했다. 정보통신기기 산업 규모는 190조원에 이르지만 정보통신서비스는 54조원, 소프트웨어 산업은 23조원으로 산업간 불균형도 심각하다.

‘IT 강국’을 이끈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의 총본산인 방통위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 답답하다. 주파수정책과장이 최근 국가정보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융합정책과장과 디지털전환과장도 각각 청와대와 총리실로 적을 옮긴다. 핵심 엘리트인 4~5급 중간간부들은 “방통위엔 희망이 없다.”며 공공연히 엑소더스를 얘기한다.

속도가 생명인 IT의 미학은 역설적이게도 ‘기다림’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는 토목건축과 달리 십수년을 투자해도 부양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 하지만 당장 보이는 게 없다고 IT에서 손을 놓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창구 산업부 기자 window2@seoul.co.kr
2009-04-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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