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지구촌 뉴스 창 역할 잘했으면/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수정 2009-04-21 00:46
입력 2009-04-21 00:00
서울신문의 국제면은 독자들에게 우리나라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알려주기 위한 창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의 기대 역시 신문 기획자들의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은 지구촌의 객관적인 현실과 움직이는 방향을 국제면 기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신문의 일부 국제기사들은 독자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창(窓)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흥밋거리 위주의 연성뉴스가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차지하면서 이른바 경성뉴스가 상대적으로 적어 국제사회에 대한 객관적 실체와 너무나 큰 괴리를 나타내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된다.
한 예로, 지난 한 주 국제면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에 관한 기사가 13일과 16일 두 건이나 실렸다. “오바마 첫 애완견 백악관 입성”, “오바마 새 가족 ‘보’와 함께”라는 제목의 두 기사 모두 애완견 사진과 함께 나이와 품종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선물한 것이라는 설명까지 같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국의 국력만큼이나 크다고 해도, 또 한국민의 그에 대한 관심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가 기르는 애완견에게까지 우리의 관심이 지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일 게다. 왜 오바마의 애완견에 대해 독자들이 그렇게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바마의 애완견 기사 바로 아래쪽에 13일 같은 날 보도된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기사는 오바마의 애완견 기사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대조가 된다. 볼리비아 대통령이 단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진과 기사였는데, 대통령이 왜 새로운 선거법을 통과시키려고 단식까지 하고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따라서 당일 기사의 내용만으론 기사의 내용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론으로부터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보다도 못한 관심을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 대통령의 위상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이 기사는 보다 심층적인 내용의 설명이 있어야 했다. 자신들과 동떨어진 지구 반대쪽 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들이 왜 알아야 하느냐고 한다면 이에 대해 논쟁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국제면을 제작하는 의도가 지구촌의 한 식구로서 알아야 할 것은 알고,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짚어야 할 것은 짚겠다는 편집의도와 독자들의 욕구가 결합한 것이라면 아무리 한정된 지면이라도 제대로 된 기삿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흥미위주의 연성뉴스가 너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2009-04-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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