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박상천법/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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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13 00:32
입력 2009-04-13 00:00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인(知人)의 경조사가 난감하다. 부조(扶助)를 않고, 꽃도 안 보내고…. 빈손으로 찾아가려니 뒤통수가 뜨겁다. 그래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엄격한 정치자금법·선거법을 만든 장본인 아닌가. ‘오세훈법’을 스스로 어기면 남들이 뭐라 하겠는가.

‘오세훈법’이 불편한 정치인들은 호시탐탐 법을 고치려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오세훈법’을 향한 일반의 시선이 워낙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법안에 자신의 이름이 따라다니고, 더구나 국민들의 평가가 괜찮은 경우는 드물다.

지금 정치권에 ‘오세훈법’에 견줄 만한 입법안이 제시되었다. 이른바 ‘박상천법’이다. 국회에서 몸싸움과 욕설이 모자라 해머·소화기·전기톱까지 등장했다. 소수당은 점거농성으로 법안을 아예 상정조차 못하게 막았다. 다수당은 토론과 타협은 제쳐놓고 물리력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국회 얘기만 나오면 어린 학생들도 고개를 젓는다.

‘박상천법’은 창피한 국회를 정상화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민주당 박상천 의원이 주도했다. 박 의원은 입법목적을 “몸으로 싸우는 것보다 입으로 싸우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국회법을 고쳐 소수당은 무조건 법안상정을 보장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다수당은 재적 5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조정절차와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보장한다. 재적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조정절차를 종료하고 표결에 들어가도록 한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으나 박 의원이 뚝심으로 밀어붙여 당론으로 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찬반이 혼재한다. 박 의원과 필생의 맞수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제도보다는 운용의 묘로 가져갈 문제라는 것이다.



박 대표가 마음을 열고 ‘박상천법’을 다시 검토해 보기 바란다. 두 사람은 올해 72세 동갑내기 정치원로다. 법조계와 정치권 경력 등 인생 역정에서 유사점이 너무나 많다. 문제가 꼬일 때마다 절묘한 절충안을 내놓곤 했던 박 대표 아닌가. 국회 풍토를 근본부터 바꾸는 개선안을 담은 ‘양박법(兩朴法)’을 함께 만들어 낸다면 두 사람의 훗날 평가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9-04-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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