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기본에 충실한 새해가 되기를/박현정 크레디트 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수정 2009-01-05 00:52
입력 2009-01-05 00:00
무엇보다도 2008년은 우리의 삶이 글로벌화된 세상 구석구석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감했던 한 해였다. 일개 소시민일지라도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삶의 파고와 싸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라도 해일처럼 덤벼들어 내 삶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불가항력의 시대변화를 우리는 앞으로 수도 없이 겪어야 할 것이다. 이젠 일상의 희로애락조차 전세계적으로 전염되는 시대 같다. 흡사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도미노에 모두 위태롭게 몸을 기댄 형국이다.
GM은 바로 오늘의 미국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개탄하는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최근 칼럼을 읽고 있자니 우리의 지난 IMF 경제위기 때 기억이 수시로 교차한다. 위기는 반복된다. 하지만 꼭 미국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위기는 어느 나라도 예외 없이 나름의 위기의 몫과 동시에 각자의 위기극복 능력을 시험할 기회를 주었다.
위기는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게 만든다.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인의 트라우마로 남을 IMF 위기는 한국이 대대적 변혁을 시도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도 글로벌화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보다 바람직한 자본주의의 진화를 모색하는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다.
2009년이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되리란 건 자명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IMF 위기 때보다 더 하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그래도 새해가 왔다. 무력감에 시달렸던 한 해를 보내고 맞은 새해다. 정말이지 해라도 바뀌지 않았으면 모두가 희망을 결심하는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을까 싶어 새해가 너무 반갑다.
한국인은 자기평가에 인색한 민족이다. 우리의 만성화된 비관주의는 치열한 반성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다소 비생산적인 비관주의 정서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 한국이라는 울타리 밖을 더 많이 눈동냥 ,귀동냥할수록 깨닫는 것이 있다면 한국은 결코 작은 나라도,만만한 나라도 아니라는 점이다.한국의 현대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많든 수많은 신화로 이루어져 있다.이미 지구촌의 있는 자 대열에 있는 한국은 글로벌화의 대표적인 수혜자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의 격랑 속에 몸을 맡긴 이상 우리는 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새해를 맞을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한 대학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올해 미국인들의 새해 결심 순위 상위엔 ‘살빼기’, ‘담배끊기’, ‘절약하기’ 등이 올랐다고 한다. 특히 ‘절약하기’는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항목이라니 미국인들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어려울수록 우리는 기본으로의 회귀를 지향한다. 생활의 거품을 빼고 삶의 본연적 가치에 밀착된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새해는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성공지침이나 거창한 결심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일상이 필요한 해다. 자신의 내면을 더 돌보고, 열심히 일하고 건전하게 소비하며, 소중한 이들에게 더 많이 웃기를 실천하는 그런 담담한 일상 말이다.
박현정 크레디트 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2009-01-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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