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둠의 복권/강석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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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2-19 01:02
입력 2008-12-19 00:00
도시의 어디를 다녀도 빛이 번져 있다.광고판이 번쩍거리고 사무실 불빛이 환하게 비치는 도심을 벗어나 주택가로 접어들어도 가로등과 여기저기 창문에서 새나오는 불빛이 밤을 희부옇게 만든다.아파트 마당에선 신문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을 도와주고 지켜주는 빛은 늘 선험적으로 고마운 것이었다.선과 악을 빛과 어둠에 대비시킨 종교의 가르침은 얼마나 많은가.하지만 가로등 불빛이 창에 어리는 방에서 뒤척이며 자고 난 어느날 ‘저 빛은 내게 밤이 온전하게 다가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어.’라는 생각이 엄습했다.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더 찬란하다는 말도 바꿨다.‘아침이 찬란하려면 밤이 짙어야 한다.’고.



손을 쭉 뻗으면 그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새까만 밤,빛은 오로지 별에서만 내리고 온 대지가 깊은 휴식에 잠겨들 수 있는 그런 밤이 그립다.‘도시여,필요 이상의 모든 빛을 거두어 가다오.’라고 외치고 싶다.신의 무대에선 불가능하겠지만 인간의 무대에선 어둠에게 사면 복권을 선언하고자 한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8-1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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