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窓] 정의의 칼과 파멸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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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1-26 01:10
입력 2008-11-26 00:00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역사의 고비마다 검찰이 등장하고,일단 결말을 본다.“우리가 무슨 쓰레기 하치장이냐.”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온다.그것은 배부른 사람이 하는 소리다.그만큼 우리사회에서 막강한 지위에 있다는 증좌다.

 실제로 검찰의 힘은 막강하다.기소(起訴)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국가정보원도,경찰도 수사권은 있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다시 말해 검찰은 뛰어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이는 기소편의주의에 따른 것.법정에 세울지,말지는 검찰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기소독점권이 바뀌지 않는 한 검찰의 위력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검찰은 정의로운가.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많은 검사들이 정의를 위해 어제도,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검사 임관시 선서를 할 때부터 다짐을 해온 터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과거도 숨길 수 없다.‘정권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역사는 거짓이 없기에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모 공안부 검사의 이야기인데 우리 사건의 담당검사로서 그의 지나친 허세랄까,위압적인 태도는 그 과시가 정도 이상이고 수준 이하여서 웃음거리였다.팔자걸음으로 들어오는 것부터가 피고인과 방청석,심지어 다수 동원된 정보원들에게까지 야유를 받을 정도의 진풍경이었다.별명이 ‘개’였는데 과연 권력의 ‘개’답게 특이한 체취가 여실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여사의 자서전 ‘동행’ 100쪽에 나오는 대목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자서전에 실명을 여럿 거론했으나 그 분들이 모두 생존해 있기에 언급하지는 않겠다.

임채진 총장도 얼마 전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지켜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드린 순간들도 없지 않았다.”면서 “결과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수사 절차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소홀히 한 적도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권 행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진원지는 주로 정치권이다.심지어 임기제인 검찰총장까지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다.야권이 아닌,여권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기에 더욱 실망스럽다.검찰권을 정치권 입맛대로 행사하려 든다면 안 될 일이다.그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다.

 검찰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볼 수 있는 강경호 코레일사장을 구속(14일)했다.인사청탁과 관련해서다.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로비가 있었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전언이다.내편을 구속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하지만 검찰은 ‘정의의 칼’을 제대로 썼다.지금 이 대통령을 팔고 다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경종을 울린 것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

poongynn@seoul.co.kr
2008-11-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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