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진통치/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수정 2008-11-11 00:00
입력 2008-11-11 00:00
의도적 은둔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지도자로서 조국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다. 신비주의를 가미함으로써 ‘지도자 동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은 하늘을 찌르게 된다. 외국 언론의 호기심은 증폭되기 때문에 결단의 영향력을 배가시킨다. 김 위원장이 이런 식으로 공개활동을 중단한 것은 1994년 7월 김일성 전 국가주석이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 총 17회에 이른다. 최장기 은둔 기록은 87일간이다.
지난 8월14일을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위원장이 최근 왕성한 공개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진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매체들은 지난 2일 김 위원장의 북한군 축구경기 관람 사진에 이어 5일 2200군부대와 534군부대 시찰사진,6일 국가공훈합창단을 비롯한 중앙예술단체의 공연 관람 사진 들을 쏟아 냈다. 공개된 사진들만 보면 김 위원장은 건재하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진 공개가 김 위원장 자신의 건재를 과시함으로써 건강이상설을 불식해 북한 내부의 동요를 차단하고, 군부 및 당 세력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을 전후해 대미관계나 북핵문제를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관장할 수 있으며 통치행위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최근 내놓은 사진들은 조작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조잡하고 엉성하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 BBC인터넷판은 최근 공개된 김 위원장의 사진들이 합성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어설픈 사진이라도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의 동요가 심각하고, 김 위원장의 건재를 확인시키는 게 다급했다는 반증은 아닐까. 사진통치의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 지켜 볼 일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11-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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