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자매애/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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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
수정 2008-10-28 00:00
입력 2008-10-28 00:00
항암치료를 받는 언니를 간호해 주던 혜영씨는 자신을 ‘당분간 백수 상태’라고 소개했다. 사법시험 2차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시험 준비를 하던 친구들은 해외 여행이다 소개팅이다 하며 젊은 날을 만끽하고 있는 동안 혜영씨는 병원의 보호자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며 언니를 위로하고 고통을 나누었다.

그런 동생에게 언니는 “좋은 시절인데 붙들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혜영씨는 밝게 웃으며 “고시준비를 하느라 조카가 태어날 때도 가 보지 못했고, 조카 돌도 제대로 못 챙겨 미안했는데 마침 할 일이 없는 시기에 언니가 병고를 치르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면서 나중에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대답한다. 착한 언니, 속 깊은 동생…. 동기간의 우애가 보기 좋았다.



엊그제 제50회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합격자 명단에 혜영씨도 들어있기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혜영씨는 “누구보다도 언니가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착한 사람들이 잘되면 참 흐뭇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10-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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