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자치뉴스 시민의 삶 심층 보도해야/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수정 2008-10-28 00:00
입력 2008-10-28 00:00
24일자 12면 ‘노인을 위한 구는 있다’(성북구 WHO 건강 도시상 수상 관련) 기사는 기쁘고 자랑스러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나 보았던 우리 이웃의 안타까운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신다는 할머니, 봉사단체에서 배급하는 도시락 한끼로 하루를 연명하시는 할아버지 등 서울시에는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의 수가 더 많을 것이다. 수상 소식도 보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현실을 심층 보도함으로써 사회가 함께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지 않을까. 여전히 ‘Seoul In’은 서울인의 현실을 오롯이 담아냈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느껴진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1만 5000여명의 독자를 보유한 ‘블루프턴투데이’는 신문사 홈페이지에 독자들의 개인 블로그를 하나씩 제공해 주고 있다고 한다. 이 블로그에는 자신과 주변의 일상생활 사진, 이야기가 담긴다. 기자는 여기서 참신한 기사거리를 찾아 신문에 게재하고, 독자들은 그 기사에 주목한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지속되면서 신문은 지역사회 전체의 건전한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국내 한 신문사의 인터뷰를 통해 스티븐 옐빙턴 부사장은 “참여를 통해 주민 간 교류가 활발해지며 지역사회 감시 기능까지 수행한다.”며 “시민 저널리즘의 활성화로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이 지역사회에 갖는 관심을 증폭시켰다.”고 평가했다.
오스트리아 베랄베르거메디엔하우스 신문 역시 지역 특성화를 살린 신문의 청사진을 제시해 준다. 신문사는 독자들의 요구를 조사해 독자들이 “우리 동네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베랄베르거는 이웃의 결혼과 출산 소식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시작해 지역 주민 35만명 중 10만명을 신문에 등장시켰다. 자신이 등장하는 신문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구독률은 점차 높아져 갔다. 그 결과 그 지역에서는 신문의 광고주 확보마저 베랄베르거가 1등을 차지했다. 주민과 신문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기저에 깔려 있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만 켜면 정보의 홍수가 독자들을 압도한다. 해외 신문사의 시민 저널리즘 사례들을 보며 어쩌면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은 우리네 이웃의 소식이 가장 알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혹은 취재처에서 보도 자료로 제공하는 정보를 수집해 놓은 기사는 이미 충분하다. 기자가 발로 뛴, 우리 이웃의 진솔한 이야기가 듬뿍 담긴 기사들이 오히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꼭 맞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2008-10-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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