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외제차/박재범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8-10-18 00:00
입력 2008-10-18 00:00
수입차협회에서는 이에 대해, 한국은 외제차 시장이 작은 데다, 각종 세금 등이 높은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동차 관세율은 8%로 미국의 2.5%보다, 일본의 0%보다 훨씬 높다. 차량 구입에 붙는 모든 세금을 합치면 대략 차값의 20∼30% 수준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보다 30% 이상 높은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렉서스 sc 430을 기준으로 할 때, 올 상반기 미국 판매가에 한국 세금을 더하면 차값이 대략 7만 5000달러 정도여야 한다. 여전히 한국 차값이 2500만원쯤 비싸다. 마진이다.
왜 이렇게 외제차는 마진이 높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답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엊그제 BMW와 렉서스 등의 국내 딜러인 16개 회사가 가격 할인 폭 등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2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담합내용을 서로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직원들을 고객으로 가장해 값을 물어보는 ‘미스터리 쇼핑’을 하기도 했다. 결국 수입차의 터무니없이 비싼 국내판매 가격은 담합의 결과였음이 드러났다.
이번 공정위의 적발은 역설적으로 한국도 수입차 관세를 낮출 시점이 됐음을 시사해준다. 높은 수입장벽에 의해 국내 소비자들이 제값을 알기 어려워진 틈을 타, 수입업자들이 담합의 유혹에 빠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보호막을 걷어야 국내 자동차업체도 한층 건강해질 수 있다.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jaebum@seoul.co.kr
2008-10-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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