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달러의 아이러니/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ㆍ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수정 2008-10-15 00:00
입력 2008-10-15 00:00
이 두 조건의 상호모순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의 적자가 심해지면 달러는 자꾸 풀려 나가 궁극적으로 약세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임밸런스(불균형)가 바로 이러한 현상이다. 한때 8000억달러를 돌파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내에서 중국에 대한 적자만 200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물건을 생산하고 미국은 돈만 찍고 있는 형국이었다. 당연히 달러는 약세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졌다. 미국 스스로의 문제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 위기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금융 위기화하고 있는 국면에서 투자자들은 위험 관리를 강화하게 되고 위험자산을 팔고 가장 안전한 자산을 사들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안전자산으로 도피현상(flight to haven)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가 미국 국채이고 이를 사려면 달러부터 매수해야 하므로 위기국면에서 달러 수요는 증가하면서 달러강세로 이어진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인데도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국제 금융위기가 되면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이다. 글로벌 임밸런스는 달러 약세가 해결책인데 서브프라임 위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나타난다. 지금 이 두 가지는 겹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니 외환시장이 이처럼 헷갈리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최근 시장의 등락에는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반영되어 있다. 간접금융과 직접금융 시스템의 합작품으로 서브프라임 사태와 금융위기 국면이 나타나자 달러 본위체제를 포함, 금융시스템 전반에 불신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끝날 것 같지 않던 1980년대의 남미 외채위기나 1990년대의 동남아 외환위기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극복되었다. 이번에도 힘들 것 같던 시기가 지나면 시장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시스템 자체의 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성급하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많은 과제가 주어질 것이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두 수레바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달러본위제도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이 필요하고 이제 이에 대해 차근차근 해답을 준비해 가야 할 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ㆍ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2008-10-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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