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경단녀’/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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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
수정 2008-10-02 00:00
입력 2008-10-02 00:00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의 67.7%가 여성이었고 행정고시와 사법 시험의 여성합격자 비율은 각각 49%,35%나 됐다. 중앙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양성평등 사상의 확산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무늬만 화려한 여풍(女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6년 기준으로 54.8%로 미국 69.3%, 덴마크의 76.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들의 고용률은 5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고용상황은 더 비참하다.2008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여성 임금 노동자는 정규직 233만명(34.5%), 비정규직 416만명(65.5%)이다.3명 중 2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임금에서도 차별은 여전하다. 임금수준은 남성대비 0.6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여성 경제활동 분야에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 문제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퇴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여성 근로자들이 결혼과 출산 등으로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청년들도 직장을 갖기 어려운 마당에 한번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이 다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제공되는 일자리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노동시장 재진입에 정부가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최근 제정됐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사업계획이 반영됐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다시 일하고자 할 때 재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시일하기센터’ 운영에 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직업지도, 직업훈련, 취업알선, 고용유지를 위한 사후관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여성 인적자원 개발이 성장 잠재력 확충과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10-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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