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식물대통령/오풍연 논설위원
오풍연 기자
수정 2008-10-01 00:00
입력 2008-10-01 00:00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다. 가까이는 촛불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이 그렇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모두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촛불집회는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은 채 밀어붙이려다 혹을 더 키운 꼴이 됐다. 탄핵사건 역시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그 결과는 한나라당의 17대 총선 참패로 끝났다. 국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깨우쳤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 위에 정부 없다.”는 값진 교훈도 얻었다.
대통령제는 미국의 역사가 제일 길다. 엄격한 3권분립제를 채택한다.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의 임기동안 정국이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국민과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유능한 지도자 가운데는 말과 글에 능한 인물이 많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윌슨과 링컨은 말·글 모두 능통했다. 제퍼슨은 글, 루스벨트는 말이 유창했다고 한다. 이들은 명망이 높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2001년 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막 취임한 뒤 워싱턴에서 그를 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다. 그는 21살이나 위인 DJ에게 ‘디스 맨(this man)’이라 하여 한국인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물론 상대방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북한을 향해서는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통령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런 부시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는 외신 보도다.7000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안과 관련, 민심을 얻지 못한 까닭이다. 부시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2008-10-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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