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충무로 영화제/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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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기자
수정 2008-08-28 00:00
입력 2008-08-28 00:00
학창 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는 유독 극장이 많았다. 동보극장, 북성극장, 노동극장, 보림극장, 태평씨네마…. 개봉 단관에서 이본동시 상영관까지 즐비했다. 즐길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바깥세상에 대한 갈증의 해우소였다.

한번은 골목어귀 점포 벽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영화포스터를 보려고 다가가는 순간, 점포 안에서 달려나온 개에게 허벅지를 물렸다. 공수병(恐水病)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온 동네가 시끄러웠다. 동네어른이 문 개의 털을 구해서 상처에 발라야 한다는 처방을 내린 탓에 식구들이 개털을 구하느라 고생깨나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 전 서울 청계천변에서 한국영화포스터전이 열렸다. 다음달 3일 개막하는 ‘제2회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를 기념하고 영화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행사다.‘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영화포스터는 물론 극장표 등 흘러간 영화자료 1000여점이 전시돼 옛 추억에 잠기게 했다. 한데 그때 내가 보려다 개에게 물렸던 영화의 제목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8-08-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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