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골드 파파/오승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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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호 기자
수정 2008-08-02 00:00
입력 2008-08-02 00:00
요즘 젊은이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서울신문사 입사시험(작문) 결과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아버지를 과거 산업화의 역군으로 일에만 매진하는 사람, 직장에서 늦게 퇴근해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자리에 드는 사람, 자식들에게 무조건 명령만 하는 권위주의적인 사람 등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는 경제적인 요인 즉 수입을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강화되면서 아버지의 역할이나 기능이 돈을 잘 버는 것으로 바뀌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가정에서 소통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쇠고기 촛불 집회에 참석하러 가면서도 아버지에겐 학교에 공부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무조건 반대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아버지와 자식간 간극은 좁힐 수 없는 걸까.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아버지는 일이 바빠 가족과 여행을 가거나 취미 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면서 “자녀와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책임이 아버지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대간 문화 차이를 꼽는다. 김 교수는 “우리 세대만 해도 가부장적 권위에 익숙한 반면 자녀들은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확산에 익숙하다.”면서 “애정을 갖고 자녀와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 중심인 외국과 달리 우리는 사회 중심이기 때문에 자녀가 아버지에게 먼저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제적인 여유와 패션 감각이 있는 40∼50대 중년 남성, 이른바 ‘골드 파파(gold papa)’들이 자신을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노화 방지를 위한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주름을 펴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 보톡스 주사를 맞는 아버지들도 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세대간 문화 이식 현상이라고 말한다. 외모에 신경 쓰는 풍조가 중년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골드 파파가 자녀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번지면 소통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2008-08-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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