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버럭 MB’ 걱정스럽다/윤설영 정치부 기자
수정 2008-07-30 00:00
입력 2008-07-30 00:00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은 전날 간단한 보고를 했을 때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이날 상세한 경위를 보고하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사실상 ‘다케시마는 일본 땅’으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화를 냈고, 전날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의 보고가 지연된 것에 대해서도 크게 화를 냈다.
세가지 사례 모두 사건 직후 나온 반응이 아니라 사태의 추이를 보고 뒤늦게 청와대를 통해 취해진 액션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질책하고 화내는 모습을 보이면 적어도 책임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는지도 모른다.
2003년 독도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독설을 퍼부어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일례도 있다. 정부대책을 보강하기보다 일본에 대한 감정만 부글부글 끓어올랐었다. 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강공모드로 간다고 해서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테지만, 강경한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나 5년전 노 대통령이 공분만 해서 얻은 결과가 무엇인가.
국민의 입장이 되어서 함께 화를 내는 것도 좋다. 쇠고기 파동 때 얻은 교훈이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자’였다. 하지만 국정 최고책임자가 공분하는 모습을 자꾸 보이는 것도 미덥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화를 내기에 앞서 국민들이 ‘버럭’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대통령의 임무 아닐까.
윤설영 정치부 기자 snow0@seoul.co.kr
2008-07-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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