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정규직 차별 않는 사회로 /정종수 노동부 차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8-07-11 00:00
입력 2008-07-11 00:00
치솟는 기름값 등으로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근로자도 기업도 모두 힘들다. 그러나 힘든 때일수록 배려와 양보의 정신이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왔다. 얼마 전 최저임금 노사합의는 이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또다시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 확대
정종수 노동부 차관
정종수 노동부 차관


요새 아이들이 쓰는 말 중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엄마 친구의 아들’이란 뜻으로 어릴 적 질시의 대상이면서, 한편으로는 극복해야 할 상대였다. 누구나 비교당하거나 차별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러나 적절한 자극은 자신뿐 아니라 조직과 사회가 발전하는 모태가 되기도 한다. 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제가 아닌가 싶다.

노동시장의 차원에서 바라보자. 세계 각국은 고용형태의 다양화 속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처방은 제각기 다르나 그 방향은 한 곳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일자리를 늘리면서 일자리의 질도 함께 높이는 조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그것이다. 일자리는 이제 단순히 생계의 수단이 아닌 ‘사회적 지위’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물론 요즘처럼 일자리가 부족한 시기에 국경을 넘는 기업간의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차별적 처우는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자극의 한도를 넘어서서, 개인과 기업,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무기력, 분노, 좌절로 나타나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취한 만큼 보상받고, 언제든지 나보다 앞선 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욕과 희망이 북돋워져야 한다. 기업은 이를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큰 시야와 지혜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추구하는 바도 이와 같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비정규직법의 취지이다.

정규직 근로자와 똑같이 대우하라는 것이 아니다. 능력, 경력 등 생산성에 따른 차이는 인정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만으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작년 7월 대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 34만명에 이어 금년 7월부터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40만명이 차별적 처우문제를 다툴 수 있게 됐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동안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해 왔던 기업들도 법 시행을 계기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더 나아가 중요한 경영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100인 이상 사업장의 10곳 중 5곳이 비정규직 차별개선에 나섰다.

차별해소는 규제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모두가 나서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일차적으로 기업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지만, 정규직 근로자도 자신의 몫을 기꺼이 양보하는 협력 자세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근로자 스스로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또 일거에 차별이 해소되지 않더라도 차츰차츰 개선해 나가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 노사간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노사문화가 특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한 발 앞서 성공적으로 해결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진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세제혜택, 직업훈련 지원 등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불합리한 차별만큼은 꼭 없애야 한다. 배려와 양보로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연전연승의 사회’로 가꿔 나가자.

정종수 노동부 차관
2008-07-1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