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빗소리/임태순 논설위원
임태순 기자
수정 2008-06-30 00:00
입력 2008-06-30 00:00
그러고 보니 중학생 시절 대청마루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청승 떨던 기억이 난다. 툇마루에서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긴 봄날 사흘간 비가 주룩주룩 내리자 우두커니 앉아 쌍륙놀이를 했다는 연암 박지원은 빗소리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우뢰소리도, 바람소리도 된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시집을 줬다. 펴보니 제목이 장맛비였다.“…진종일 창을 두드려도 문 열지 않았더니 며칠을 두고 시위하는구나. 외면하는 나도 나이지만 너도 어지간하다. 대저 너의 사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비에는 참 많은 얼굴이 있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08-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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