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여행의 추억/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수정 2008-06-21 00:00
입력 2008-06-21 00:00
2년 전 여름 모로코 여행 중 들렀던 마라케시의 자마레프나 광장이 떠올랐다. 별별 사람이 다 모여 무언가를 팔고, 사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이다. 마디는 광장에서 약초를 팔고 있었다. 누렇게 바래고, 꼬질꼬질해진 보자기에 펼쳐 놓은 물건이 100가지가 넘어보였다. 작은 카멜레온 새끼도 있었다. 신기해하며 구경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조그만 소라 모양의 열쇠고리를 꺼내 그 안에 온갖 색깔의 가루들을 열심히 담았다. 그러고는 내게 내밀며 “1유로”라고 한다.
무엇을 담았느냐고 하니까 “여행을 안전하게 하고, 밤길이 무섭지 않게 하고, 돈이 굴러 들어오고, 병에 안걸리고, 마음씨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하는 마술의 약들을 담았다.”고 했다. 그렇게 좋은 것들이 다 들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너무나 천연덕스러웠던 그의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06-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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