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비상, 관용차 소형으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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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6-13 00:00
입력 2008-06-13 00:00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심지어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지 모른다는 불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관용차를 3000㏄급 대형승용차로 앞다퉈 교체하고 있다. 기존에 타던 2000㏄급 관용차의 수명이 다 되자 대형으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품위 때문이란다. 기름값에 신음하는 서민들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 모양이다.

요즘 주로 렌트로 차를 사용한다고 하지만,2000㏄대와 3000㏄대 승용차의 기름 소모량은 하늘과 땅 차이다.3000㏄급 에쿠우스 등 대형승용차는 한번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수십만원이 든다. 시내에서는 연비가 고작 리터당 4㎞ 안팎밖에 안된다. 한달 기름값으로 수백만원이 들어가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뿐 아니다. 장차관이나 공기업 간부 등이 타고 다니는 관용차는 대부분 3000㏄급이다. 이들 대형 관용차를 세어 보면 수백대에 이른다. 이 차들을 굴리기 위해 들어가는 기름값만 해도 한달에 수억원에 달할 것이다. 공직자 등이 자신의 ‘품위’를 위해 서민들이 낸 세금을 펑펑 쓰고 있다.

고위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의 품위는 대형승용차를 타야만 생기는 게 아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의 경우 걸어서 출퇴근하고 자신의 2500㏄ 관용차는 행사용 차량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이런 공직자를 볼 때 서민들은 믿음을 갖게 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고위공직자부터 관용차를 대형에서 소형으로 바꿔야 한다. 서민들의 고통에 동참할 때 품위는 물론, 권위도 되살아날 것이다.

2008-0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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