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야 안정 선회하는 강만수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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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6-04 00:00
입력 2008-06-04 00:00
기획재정부의 강만수-최중경 라인은 이른바 ‘환율 주권론자’들이다. 이들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부문을 고환율정책으로 지원하면 투자활성화와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물가 불안을 우려하는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한편 고환율정책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인 서비스 수지 개선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기대대로 고환율정책은 해외여행을 억제해 서비스 수지 개선에 적잖이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원자재값과 유가 폭등으로 촉발된 물가 불안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9%로 6년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4월의 수입물가 상승률 31% 중 10%포인트가 고환율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1·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DI)은 마이너스 1.2%로 5년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나타냈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다. 강만수 경제팀의 예상과는 달리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강만수 경제팀은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 이행에만 집착했다.

최중경 차관이 지난주 고환율정책을 당분간 유보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어제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민 고통을 외면하는 정부의 무신경을 탓하는 목소리가 가세해 촛불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누차 안정 위주로 경제운용계획을 다시 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강만수 경제팀은 잘못된 소신이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겼는지를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2008-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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