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안 기름 유출’ 보상과정의 문제점/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수정 2008-03-21 00:00
입력 2008-03-21 00:00
만약 총 피해인정금액이 1조 2000억원으로 총책임제한액의 4배가 되면 개별적인 피해자에게 지급할 최종 보상금도 피해인정금액의 4분의1이 되고, 개별 피해자들의 우선지급 보상금은 줄어들게 된다. 총피해인정금액이 많을수록 피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보상금의 합계액이 총보상한도액을 초과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국제기금의 우선지급 보상금의 수준을 높이려면 총추정피해금액은 오히려 적게 산정되어야 할 것이다.
어민이나 관광업자들의 피해보상을 원만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국제기금이 보상할 피해금액 중에 국가나 사고유발에 책임이 있는 기업의 방제비 부분을 제외하거나 후순위로 처리하는 것이다. 피해추정금액 중 국가가 주로 지출한 방제비 1100억원을 제외하면, 주민들의 피해금액이 책임한도액을 크게 웃돌지 않게 되기 때문에 우선보상금 결정에 여유를 갖게 된다.
1999년 프랑스 남서부 브레타뉴 연안에서 발생한 에리카호 기름유출 사건에서 프랑스 정부와 에리카호를 빌려 유류운반을 의뢰한 프랑스 최대정유회사 토탈사가 취한 태도에서 실증된 방법이다. 프랑스 정부나 토탈사는 각각 1000억원이 넘는 방제비를 지출했지만, 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해서 방제비 보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기금은 1000억원이 넘는 방제비를 고려하지 않고, 관광업자 및 어민들에 대한 우선적인 피해보상을 실시했다. 그리고 일반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을 다한 후에 약간의 돈이 남게 되어 이를 국가가 지출한 방제비 중 일부로 충당하게 되었다. 토탈사는 유조선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법이나 판례상 책임인정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기름운반을 위해 선박을 빌려 항해에 이용하면서 선박의 안전성 등에 대한 검사를 소홀히 하였다는 비판을 고려해 방제비 청구를 포기했다. 지난 1월16일에 파리 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 선고된 별도의 소송절차에서 나온 2968억원의 손해배상판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사고 발생과정에서 유조선 이외에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선이 관여되었고, 피해보상 과정에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피해주민들은 물론 정부나 삼성중공업 및 관련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2008-03-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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