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치인의 아내/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수정 2008-03-20 00:00
입력 2008-03-20 00:00
현대사에는 이렇듯 정치인 남편의 죽음이나 후광으로 권력을 얻은 아내들이 숱하다.1950년대 초 아르헨티나 영화배우 출신 에바는 남편 후안 페론 대통령의 위세를 업고 한때 부통령을 노렸다가 실패했다. 실각 후 다시 대통령이 된 페론이 1974년 사망하자 그의 3번째 아내 이사벨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 페르난데스도 남편(키르치네르)의 뒤를 이어 국가지도자로 선출됐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 힐러리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뛰고 있다. 부창부수라더니, 참으로 당찬 아내들이다.
국내 정가에도 부부가 지역구를 이어받는 일이 낯설지 않다. 현경자 전 의원은 1994년 보궐선거(대구 수성)에서 옥중 남편(박철언 전 의원)을 대신했다. 김선미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남편(고 심규섭 전 의원)의 지역구(경기 안성)를 물려받았다. 엊그제는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아내 신은경(전 KBS 앵커)씨가 서울 중구 출마를 선언했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가며 남편을 국회의원 만들었는데, 공천에서 떨어졌으니 낙심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그래서 자유선진당에 들어가 남편의 지역구를 사수하겠단다. 집안일을 박차고 나온 신씨의 상대(나경원 의원)도 만만찮아 관심거리다.
사실 정치인의 아내에겐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다. 정호용 전 의원의 아내는 권력이 남편의 출마를 막자 동맥을 끊어 항의했다.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아내는 남편의 입지를 생각해서 남한테 콩팥을 떼주었다. 이젠 낙천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타 출마’도 불사하니, 정치인의 아내는 이래저래 고달플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8-03-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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