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력시위 엄단만 있고 평화 유도는 없나
수정 2008-03-18 00:00
입력 2008-03-18 00:00
우리는 그동안 시위 현장이 사회의 민주화 정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불법·폭력적임을 지적하고, 폴리스 라인 준수 등 시위대가 법 질서 내에서 평화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도록 촉구해 왔다. 쇠파이프가 난무해 시위대와 경찰 양쪽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시위란 사회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경찰청 업무보고 내용은 왠지 으스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전경·의경이 아닌 경찰관으로 체포전담반을 구성해 시위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대목이 그러하다.
전두환 군부세력이 철권을 휘두르던 제5공화국 시절에는 ‘백골단’이라 불리는 사복 체포조가 시위 현장에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자행했다. 그 시대를 몸으로 겪은 이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존재였다. 경찰청 보고를 보면서 ‘백골단’ 부활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불법·폭력 시위를 방지하는 건 경찰 본연의 업무이지만, 더욱 중요한 건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경찰의 강경일변도 시위 대책이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정말 걱정된다.
2008-03-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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