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영화 ‘야스쿠니’/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수정 2008-03-11 00:00
입력 2008-03-11 00:00
중국인 리잉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가 4월 일본 개봉을 앞두고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이나다 도모미 중의원 의원이 “일종의 국정조사권”이라며 시사회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언론 시사를 본 주간지 등이 “반일 영화”라고 보도하자 일본 정부 조성금이 영화 제작에 지원된 것을 문제 삼아 국회의원 상대의 시사회를 갖게 된 것이다.
‘야스쿠니’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리 감독은 2006년 영화제 사무국의 다큐멘터리 육성 기금을 지원 받았다. 그는 당시 “야스쿠니는 전쟁에 대한 망각과 여러 가지 기억들, 전쟁을 위한 거대한 가면으로 비춰진다. 전쟁의 유령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는데 나는 그 유령을 찾아 기록하고 싶다.”고 지원 동기를 밝힌 바 있다. 그해로 9년째 야스쿠니를 기록하고 있던 그는 지난해 ‘야스쿠니 신사’를 완성시켜 부산국제영화제 초대작으로 상영한 바 있다.
일본 헌법은 영화를 비롯한 표현물의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배급사 측은 국회의원 시사회를 “사전 검열”이라고 비난했다. 헌법 준수의 의무를 지닌 입법부의 자기 모순을 겨냥한 지적이다. 시사회를 주도한 이나다 의원은 그가 만든 자민당 내 ‘전통과 창조의 모임’을 이끌고 2006년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한 바 있다.12일로 예정된 시사회에 국회의원 몇명이 올지 모르지만 일본 사회의 ‘야스쿠니 금기’를 지키려는 검열성 압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8-03-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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