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창조도시 부산을 위하여/임정덕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수정 2008-01-08 00:00
입력 2008-01-08 00:00
최근 50여년 이래 인류의 경제성장과 발전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 결과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 생활의 질, 지속 가능 발전과 환경, 웰빙 등의 용어와 개념이고 문화 또는 문화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도시는 이에 맞춰 도시계획, 건축물, 생활방식 등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도시의 색깔이 달라지고 건축물의 양식이나 기능이 바뀌었다. 도심내 공원이나 만남의 장소가 달라지고 있고 개성이나 자유, 쾌적함, 아름다움이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도시의 창조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중심에 찰스 랜드리라는 영국인 학자가 있다.‘창조도시’,‘도시 만들기의 예술’,‘문화 융합도시’라는 역작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랜드리가 최근 부산대 동북아지역혁신연구원이 주최하는 동북아 도시발전 포럼에서 주제강연을 했다. 그는 창조적 도시라는 것은 도시의 구성원 모두가 잠재적으로 창의적이어서 창의성의 문화를 그 안에 배태하고 있는 곳으로 정의한다. 창의성은 단순히 예술이나 창의적 산업만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환경 생태적으로 또 행정적이나 정치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창조도시는 차별성, 다양성, 독자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신뢰, 창의, 능력 있는 시민들을 길러 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창의성은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호기심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다. 창조도시는 지휘자의 지휘봉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도시가 아니라 모든 연주자들이 자신의 곡을 만들어 내면서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재즈연주와 같다. 오늘날의 첨성대와 같은 고전적인 유적은 그 당시의 혁신과 창의를 대표하는 작품이었다. 창조적인 행정은 법이나 규칙을 강조하는 것보다 원칙을 제시하고 제안이나 추천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측면이 있으나 자율은 규제와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람, 즉 리더십에 달려 있다. 랜드리가 허남식 부산시장과 면담시 제안한 내용은 우리가 사려 깊게 수용할 가치가 있다. 즉 부산시가 도로건설에 쓰는 예산의 1%를 우수한 인재양성에 쓴다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만약 부산이 도로나 각종 시설에 매년 1조원의 예산을 쓴다면 그 1%는 100억원이 되고 매년 100억원 또는 그 이상을 창의적인 마인드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길러 내거나 불러 오는 데 쓸 수 있다면 부산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2008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지방정부도 새롭게 태어날 필요가 있다. 그 변화의 중심은 시민이 공감, 공유할 수 있는 목표이고 그것은 창의성을 앞세우는 것이다. 창조는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변화이고 개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창의성과 창조도시의 주체는 사람이다. 새해에 부산시장과 지역의 민간 리더십이 부산을 창조도시로 만들겠다는 선언과 계획을 시작하기를 제안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나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2008-0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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