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時和年豊/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수정 2008-01-02 00:00
입력 2008-01-02 00:00
새해가 밝았다. 덕담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시화연풍’(時和年豊)이란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시화세풍(時和歲豊)과 같은 의미다. 당선인 측은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이며,‘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국민화합과 경제살리기란 시대정신을 압축했다는 얘기다. 뜻풀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한학자들에 따르면 시화연풍에는 다른 뜻도 숨어 있다.‘시대와 화합하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로,‘새 권력에 화합(時和)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年豊).’는 풀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권력이 바뀌었으니 잔말 말고 따라와야 만사가 편하다.’는 메시지도 담겼다는 주장이다. 이 당선인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새 정권이 쿠데타나 불법으로 집권한 게 아닌 만큼, 그리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것저것 뒤져 괜찮은 사자성어 하나 골랐는데,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면 기분이 좋을 리도 없을 테고…. 그러나 그 깊은 의미를 애초에 밝힌 대로 전달할 책임은 이 당선인과 집권측의 몫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8-0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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