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칼바람/우득정 논설위원
수정 2007-12-31 00:00
입력 2007-12-31 00:00
두툼한 코트를 껴입고 집을 나선다. 몇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귓불이 얼얼하다. 고개를 잔뜩 숙인 채 큰 길로 향한다. 아파트 장벽에서 벗어난 바람이 더욱 맹위를 떨친다. 칼바람이다.30년 전 최전방에서 보초를 설 때 폐부를 파고들며 온몸을 얼어붙게 했던 그 바람과 유사하다. 그런데 냄새가 없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그 산골의 바람에서는 분명히 코끝으로 전해지는 냄새가 있었다. 밥 짓는 냄새와 비슷했던 것 같다.
신호등 옆 인도변이 휑하다. 노점상들이 아침부터 새벽 늦도록 터를 잡은 곳이다. 칼바람이 노점상의 발길마저 집으로 돌린 모양이다. 빵틀 하나를 놓고 밤새 불 밝히던 중년 부부를 떠올린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7-12-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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