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자살 테러/구본영 논설위원
구본영 기자
수정 2007-12-29 00:00
입력 2007-12-29 00:00
파키스탄의 여걸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그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 알 카에다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암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파키스탄 군정보국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고 한다. 명망있는 야당 지도자의 희생도 애석하지만, 같은 이슬람세력에게 암살됐다면 파키스탄인들에게 이중의 비극일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이런 ‘자살 테러’를 막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2차대전 이후 ‘억지전략’이 미국의 기본 군사전략이었다. 즉 압도적 화력과 군수 체계로 가상적이 감히 덤비지 못하게 하는 방어형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는 상대가 합리적일 때만 통한다는 게 한계였다. 뒷골목에서도 목숨을 걸고 덤비는 자에겐 큰 주먹의 위력 시범이 안 먹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미국은 9·11 자살 테러를 계기로 네오콘의 ‘선제공격전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테러의 온상을 뿌리뽑겠다고 시작한 이라크전도 테러단체들이 연이은 ‘자살 공격’으로 맞서면서 수렁에 빠져든 듯한 형국이다. 선제공격론도 테러를 발본색원하는 대안이 아님이 입증된 셈이다. 자살 테러는 편집적인 정치·종교적 신념과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착종되면서 자행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 점에서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문제 전문가 브루스 리델의 견해는 경청할 만하다. 그는 부토 전 총리가 희생된 뒤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이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세속 정부를 갖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속적 가치관과 종교적 전통의 조화, 그리고 민주주의적 가치의 확산 등 문화적 다양성을 기르는 게 자살 테러를 막는 장기적 대안이라는 얘기인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07-12-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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