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大選보도, 정책기사가 없다/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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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11-27 00:00
입력 2007-11-27 00:00
선거보도에 정책기사가 없다는 지적은 참으로 식상하다. 여론조사를 내세운 경마식 기사가 난무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어린 고등학생들도 쉽게 읊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한주 서울신문 지면의 선거보도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고쳐질 때까지 지적하는 것이 이 칼럼의 의무라고 본다.

동원정보(mobilization information)는 공공정책기사의 중요한 잣대로 논의되는 개념이다. 공공정책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경우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항상 언론의 우선적 관심대상이다. 정책보도의 핵심은 시민이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정책과 관련된 기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이 정책을 이야기했는가를 알려주어야 한다. 기사의 기본요건이므로 별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어디의 누구한테 알아봐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다음은 시민들이 해당정책과 관련한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정책은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도 어렵지만 잘못될 경우도 많다. 시민이 문제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와 달리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정부를 상대로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나 정책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방법, 정부에 대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방법 등 전략적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정보들을 동원정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동원력을 갖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는 향후 정부정책을 가장 큰 규모로 바꾸어 놓는 분기점이다. 정책의 중요성이 최고수준에 이른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도 선거철에 그 흔하던 정책공약집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정책보도가 왜 없느냐는 힐난에 언론은 이를 변명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내놓았을 정책들을 찾아내서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일이다. 정책보도를 하기는 했다. 정책특집이라는 식으로 몇 면에 걸쳐 융단폭격식으로 해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이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라. 먹고사는 일상 모두가 정책관련 이슈들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면 기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0일자 19면 ‘기름값 폭탄…서민 등골 더 휜다’ 제하의 기사,22일자 17면 ‘금리 치솟고, 환율도 뛰고, 주가 내리막’ 제목의 기사의 예를 보자.IMF 10년의 시점에 이들 이슈들은 서민들의 등짝에 다시 식은 땀 흘리게 만드는 것들이다.

전자는 역시나 통계청의 자료 하나로 한건한 기사다. 대학교수의 코멘트만 토로 달았을 뿐이다. 이런 기사 말미에 작은 표로 후보들의 석유수급정책이나 에너지정책을 설명해주는 작은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후자는 금융경제의 주요지수를 챙기면서 시장의 불안을 잘 적시해주고 있다.

그 옆에 상자기사로 해외투자은행들의 엇갈린 경제전망도 제시했다. 한국경제의 골간에 해당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쳤다. 분명히 후보들마다 이에 관한 정책들을 내놓았을 것이다. 말미에 작지만 분명하게 알려줄 방법이 없었는가.

‘하면 된다’ 정신으로 살아오다 ‘해봤자’의 체념을 가르쳐준 환란만큼 더 진하고 구체적으로 사람들에게 들이닥친 사건이 없을 것이다. 기자들이 이를 안다면 한판의 몰이식 기사로 마치 숙제를 해치워버리듯이 공약정책들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일상생활에 나타나는 중요한 요소들에 직접 관련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은 사람들에 대한 언론이 마땅히 취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본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2007-11-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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