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만남을 위한 준비/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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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11-24 00:00
입력 2007-11-24 00:00
어느 날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와 문자메시지가 찍혔다. 모두 동일 인물이 보낸 것이다. 뭐가 급했으면 여러 번 연락을 취했을까 싶어 문자메시지부터 살폈다. 초등학교 동기 S라고 했다.40여년이 흘렀지만 금방 기억을 되살렸다. 반에서 키가 제일 크고 유난히 부끄럼을 많이 탔던 여학생이었다.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저쪽 목소리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어릴 적 모습으로 미루어 곱고 앳된 목소리를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세월은 그를 용감하고 억센 아줌마로 변신시켜 놓았다. 그 다음엔 더 놀랐다.“뭐하면서 먹고 사냐?”고 물었더니 “버스운전사”라고 했다. 어쩐지….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일을 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지만 꾹 참았다.



고향친구 J의 주선으로 연말에 초등학교 동기생 몇명이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걱정이다. 서로 얼굴 보고 추억을 더듬는 건 좋은데, 신문기자·인쇄업자·버스운전사·쌀도매업자가 된 동기생들이 모여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어색하지 않은 만남을 준비하자니 참 고민스럽다.

육철수 논설위원
2007-11-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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