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여인숙 풍경/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7-11-15 00:00
입력 2007-11-15 00:00
뒷골목엔 여인숙이 하나 남아 있다. 이름은 없다. 그냥 여인숙이다. 아직도 불러들일 이가 있을까. 시인은 시비를 건다. 여인숙 골목길을 만나면 흥정하고 싶다고. 그는 묻겠단다.“나를 다시 낳아 줄래요?”라고. 늙은 여인숙, 그에겐 새 어머니였다. 아랫 도리 내려놓고 자신을 두번째로 낳은 곳이란다. 시인을 첫번째로 낳은 이는 물론 진짜 어머니다. 그런다고 지난 삶이 정화될 수 있을까.
친구에게 여인숙은 작은누나였다. 작은누나는 읍내 여인숙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동생 학비를 벌충했다. 나에게 여인숙은 친구 얼굴이다. 아련한, 고운 추억인 이유다. 삶이란, 사물이란 때론 이렇게도 이율배반인 것을.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11-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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