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낙/임병선 체육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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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11-08 00:00
입력 2007-11-08 00:00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사람 구경을 노년의 낙으로 여기신다. 불초(不肖)의 집을 찾아오실 때도 부러 수원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 타신다. 지하철이 연장되자 어찌 아셨는지 이제는 천안까지만 기차를 타고 오신다.“우리 같은 노인네가 뭐 바쁠 게 있나. 사람살이 구경도 하고 참 재미난다.”

“제발 그러지 좀 마시라.”는 아들의 간청에 딴청을 피우시곤 한다. 목욕탕에 모시고 갈 때 정말 그러시는 이유를 캐물으면 그때서야 “대한민국이 우리가 살아온 노고를 위로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털어놓으셨다.

야근 다음날, 뒤늦은 출근길의 지하철 객차에서 노년의 물결과 마주친다. 아버지처럼 우두커니 창 밖을 내다보는 어르신을 발견하면 가슴이 찌릿찌릿할 때가 적지 않았다. 지하철 운영 참 어렵겠다는 생각도 이따금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등이 적자 운영의 주범 중 하나로 경로우대권 운영을 지목, 전면 재검토한다고 한다. 아들과 손주 보러 오시는 길, 아버지의 즐거움 하나가 줄어들까 걱정이다.

임병선 체육부차장 bsnim@seoul.co.kr
2007-11-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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