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둘을 안다는 것/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07-10-18 00:00
입력 2007-10-18 00:00
은행털이전문 도둑이 하루는 제자를 데리고 은행에 갔다. 그런데 재수없게 범행중 경찰에 들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정신없이 도망쳐 경찰을 따돌리고 숨을 돌리는데, 제자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사부님! 경찰만 없으면 참 좋겠어요.” 그러자 스승도둑은 “헛소리 마라! 경찰이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이런 전문직을 해먹겠어?”라고 했다. 제자가 의아해하자 스승도둑의 설명이 이어졌다.“이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놈. 생각해 봐라. 우리가 가진 거라곤 남보다 용감하고 간이 좀 부은 것밖에 더 있냐. 경찰 덕에 그나마 이 바닥에 우리 경쟁자들이 적은 거야.”
경험자가 세상을 넓게 보고, 인간관계의 종합판단 능력을 갖춘 것은 하찮은 도둑도 예외가 아니다. 살아가면서 하나를 아는 것과 둘을 아는 것은 차이가 크다.
육철수 논설위원
2007-10-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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