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별의 기술/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7-09-08 00:00
입력 2007-09-08 00:00
어느 문인의 추억담이다. 대학시절 정말 좋아한 여성이 있었단다. 결혼하자고 졸랐지만, 그녀는 답변을 미뤘다. 조바심의 그는 어느날 분필을 내밀었다. 결혼 결심이 서면 금요일 오후 그녀 대학의 정문에 동그라미를, 아니면 가위표를 그리라고 했다. 금요일 오후. 그는 학교로 달려갔다. 멀리서 교문이 보였다. 가슴은 두방망이질이었다. 기차가 요란한 기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그는 행운의 전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커먼 철문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동그라미도 가위표도 아니었다. 작은 세모였다. 세모는 이별을 전하는 배려였을까. 기술이었을까. 지금도 세모 문양을 보면 가슴이 뛴단다. 애인이 변심했다고 해코지했다느니 하는 기사가 눈에 띌 때면, 이따금 떠오르는 삽화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09-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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