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즐거운 인생/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수정 2007-08-27 00:00
입력 2007-08-27 00:00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즐거운 인생’은 40대 중년 남자들이 어느 날 문득 밴드를 만든다는 얘기다. 회사에서 잘린 백수,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가장, 캐나다에 아이들과 부인을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주인공이다. 기러기 아빠를 빼고는 금전적 여유도 없고, 집에다 “나 밴드해!”라고 말도 하기 힘든 처지들이다. 그렇지만 대학가요제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이들에겐 밴드 이름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꿈이 있었다.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리며 신나게 노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고 눈물도 난다.‘라디오 스타’에 이어 이 감독의 록 밴드 3부작 중 2부 격이다. 양극화 사회의 변두리에서 서성대는 이들이 록을 통해 뭉치고 소통하고 의지하는 모습이 즐겁다. 무엇보다 마이너리티 정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감독의 재주가 신통하다.
감독이 던지려는 메시지가 여럿 있겠지만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고 사는 게 즐거운 인생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심리학자인 마리안 반 아이크 매케인은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인생이 시작된다’란 책에서 “오늘 시작한 작은 행동이 내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썼다. 나이가 들어 생활에 갇힌 지금, 그 많던 저지름의 충동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8-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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