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북정상회담,정쟁의 대상 아니다/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수정 2007-08-24 00:00
입력 2007-08-24 00:00
이처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남북정상회담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남북이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민족의 장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 남북정상이 만나야 한다. 또한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핵포기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한 공동의 노력을 국제사회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남북정상회담이 조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은 남한 정부와의 대화를 기피하고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 매달리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다시 돌아갈지 모른다. 정상회담은 고사하고 북한과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와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조건으로 상당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에 요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한나라당 정부’가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이 식량 등 남쪽으로부터 얻는 대북지원 때문에 남한정부와 관계를 장기간 단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역시 오판이다.‘2·13 합의’에 따라 핵불능화 조치를 하면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원조를 얻을 수 있다. 남한 정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주어야 한다. 북한이 굳이 남한 정부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고 미국에 더욱 매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반도 정세의 급변기에 주도권 행사는 고사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입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실용주의적 중도우파로의 개혁은 대북정책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올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나 또 집권 후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이 절실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후퇴하고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국민들이 느낀다면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는 것을 주저할 것이다.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통일문제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복병이 될 수 있다.‘냉전적 정체성’을 고집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2007-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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