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빈 손/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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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기자
수정 2007-08-09 00:00
입력 2007-08-09 00:00
선물받은 책을 읽다가 한 대목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저자가 자신의 어린 아들 얘기를 쓴 부분이었다.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을 사 주었는데 아들이 너무나 좋아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계산대 앞. 완전히 자기 것을 만들려면 계산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장난감을 놓지 않으려 했다. 울고, 떼쓰고…. 도저히 설득을 못 시키고 장난감과 함께 아이를 통째로 계산대에 올려야 했다.

오래 전 원숭이를 잡는데 쓰였다는 독특한 방법이 떠올랐다. 빈 손이 들어갈 정도의 조그만 구멍 안에 먹이를 넣어 놓는다. 원숭이는 손을 넣어 먹이를 잔뜩 집지만 다시 뺄 수가 없다. 사냥꾼이 다가와도 먹이를 포기하지 못해 붙잡힌다는 것이다.



채우기 위해 먼저 비워야 한다. 무엇이 가득 든 손으로는 남의 손도 잡을 수 없다.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지 새삼 돌아본다. 호주 원주민들은 패권을 추구하고 탐욕에 휩싸인 문명인을 무탄트(돌연변이)라고 부른다. 장난감을 움켜 쥐고 계산대에 오르는 아이가 어른 돌연변이에 비하면 그래도 순수해 보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7-08-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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