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매니페스토,주민소환 명분 활용 안돼/유문종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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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7-12 00:00
입력 2007-07-12 00:00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주민소환제가 7월부터 도입됐다.

최초, 최고, 최대, 최소, 최악 등 ‘1등’ 심리가 강력히 작동하는 우리 사회에서 주민소환 대상 ‘1호’가 누가 될지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수많은 예상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은 환영할 만하지만 최근 여론의 흐름 중 주민소환제를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와 연계시켜 보려는 논의가 있어 매니페스토운동의 확산과 주민소환제의 정착을 바라는 이들에게 큰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주민소환제나 매니페스토운동은 모두 대의제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도입되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주민과의 견제와 균형, 비판과 협력을 통한 지역발전을 추구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앙정치에 포섭되어 지방자치의 올바른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된 지방선거를 경험한 우리 사회에서는 주민소환제나 매니페스토운동이나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제도이며 경험이다. 부실한 과정에서 선출된 단체장을 임기 중이라도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 발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선거과정뿐만이 아니라 선거 후 임기 내내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매니페스토운동 또한 지방자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환운동이 토론되고, 이 제도를 추진하려는 일부 지역에서 단체장을 소환하려는 이유의 하나로 매니페스토 이행 성과의 부실함을 거론하고 있다. 필자는 다음 두 가지의 이유에서 처음 시행되는 주민소환제가 매니페스토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는 매니페스토운동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공약이행 평가결과도 단체장을 소환할 만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운동이 처음 도입되어 모든 단체장 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 참여를 약속하였으나 선거과정에서 정책공약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미약하였다. 그럼에도 공약이행 추진과정과 평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단계에서 성급하게 소환운동을 시작한다면 주민소환제나 매니페스토운동이나 모두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두번째는 임기를 3년이나 남겨둔 단체장에게 주민소환이라는 징벌을 가하는 것은 성급한 대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즉, 주민에게 위임받은 정책집행권의 일부만을 행사한 시점에서 매니페스토운동이 단체장의 약속 불이행과 불성실한 정책집행에 대한 비판과 촉구의 수단으로서 유용할 수는 있겠지만, 주민소환의 근거로까지 활용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심각하게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있더라도 중간 평가가 가능한 내년까지 충분하게 토론하고 인내하면서 소환에 필요한 지역사회의 합의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물론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매니페스토운동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단체장의 부정과 탈법·무능과 독단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란 차원에서 출발하고, 지역주민 다수의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언제 추진되더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기나긴 도입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렵게 도입된 이 제도가 잘 정착하여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매니페스토의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매니페스토운동 역시 주민소환제와는 다른 경로를 거쳐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유문종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2007-07-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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