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상선약수/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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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기자
수정 2007-06-04 00:00
입력 2007-06-04 00:00
퇴직하는 선배 공무원에게 감사패를 준비한다는 후배가 자문을 해왔다. 물러나는 이를 한마디로 알려줄 문구를 찾고 있었다. 정권을 바꿔 가며 공직을 이어온 인사였다. 적이 없었고, 무리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흐르는 물’이 떠올라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적절히 인용하라고 했다. 후배는 맞장구를 쳤다.

노자(老子)는 물을 최고의 선이라고 했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꺼리는 곳에도 기꺼이 머물기 때문이라고 했다. 퇴직하는 이가 그랬다. 최고위층에서 말이 안 되는 지시를 했을 때, 그는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그가 지시를 내려보낼 땐 비합리적인 부분이 꽤 걸러지곤 했다. 험하고 모난 걸 포용하면서 흐르는 물이 바로 그였다.



나중에 만난 후배가 미안한 듯 털어놓았다. 다른 동료들이 반대해서 물과 관련한 문구를 넣지 못했다고 했다.“눈치나 보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란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물의 포용력이 먹히지 않는 모진 세태가 새삼 안타까웠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7-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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