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맹각(盲刻)/최태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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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4-24 00:00
입력 2007-04-24 00:00
전재덕의 하모니카는 청승맞지 않다. 그의 재즈는 깊고, 또 현란하다. 심연의 영혼을 일깨운다. 시각장애인이다.2옥타브 반을 오가며 쏟아내는 음의 향연. 스스로 깨우치고 음을 찾아 냈다.“하모니카 입에 물면 내 가슴엔 별이 뜨고/…내 맘 속 숨겨둔 많은 얘기/떠난 그댄 알고 있겠지” ‘나의 하모니카’다. 손가락 장애의 재즈기타리스트 라인하르트에게 헌정하는 심정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타악기 주자 이블린 그레니가 곧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소리를 듣는 게 아나라 만진다고 했다. 살갗에 전해오는 진동은 귀를 통해 듣는 것보다 더 또렷하다고 한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새삼 놀라게 한다.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엔 콩 한 톨 크기의 조각이 있다. 눈으로 확인하며 새기기엔, 너무 작다. 하지만 확대 촬영한 그림을 보면, 정교함이 환상이다. 손의 촉감으로 조각한 것이다. 맹각(盲刻)이다. 때론 눈보다 마음으로 읽는 게 더 또렷한 모양이다. 우리네 삶속이라고 다를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2007-04-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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