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100원의 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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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4-16 00:00
입력 2007-04-16 00:00
출퇴근 길에 집에서 전철역까지 가끔 택시를 탄다. 요금은 대개 기본인 1900원에 그친다. 거스름돈 100원을 받기가 야박한 듯해 2000원을 내고 그냥 내리면 기사들은 대부분 밝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뒤통수에다 인사를 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 기사들은 요금에 100∼200원 꼬리가 붙었을 때 거슬러 주는 대신 1000원 짜리를 되돌려준다.

한번은 택시를 타고 가다 기사와 거스름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사는 “100∼200원 더 받고 덜 받아 봐야 수입에 무슨 큰 영향이 있겠느냐.”라면서, 다만 손님이 잔돈을 받지 않고 내리면 기분이 썩 좋다고 했다. 손님을 제대로 모셔 팁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우리사회에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100원으로 남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은 더욱 찾기 어려울 터이다. 내 100원이 남을 즐겁게 해준다면 그 정도쯤은 손해 봐도 좋은 게 아닌가.100원이란,‘배려의 비용’치고는 아주 싼 값이니 말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4-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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