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환경주권/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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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
수정 2007-04-03 00:00
입력 2007-04-03 00:00
중국발 황사의 공습이 더 잦아지고, 더 강해지고 있어 걱정이다. 올해 황사 발생일은 지난해의 11일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중국 내륙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는 공업지역의 오염된 대기와 섞여 오염된 미세먼지를 몰고온다. 황사로 인한 각종 건강질환과 활동장애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3조∼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황사 문제를 환경안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환경안보란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등장한 개념으로 영토 내에서 환경주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환경의 세기’라고 하는 21세기에 전세계에서는 국제 환경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인구가 많으면서 자원이 빈약해 환경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지역의 월경(越境)성 대기오염 이동 문제와 황사 문제, 사막화 문제, 연안자원 확보 문제 등이 주요한 이슈로 제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의 친다허 기상국장은 중국공산당 일간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사는 일종의 자연현상이므로 소멸할 수 없고, 황사 방지는 사실상 과학법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선수를 쳤다. 그런데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황사가 오랜 세월 계속돼 온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기록된 황사 현상은 삼국사기가 전하는 우토(雨土)다. 서기 174년경 신라 아달라왕 때 흙비가 내렸는데 당시 하늘이 노하면 비나 눈이 아닌 흙가루를 비처럼 뿌린다고 믿었다. 삼국사기에는 겨울철 황사에 관한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황사 현상이 자주 등장한다. 문제는 요즘 황사가 예전처럼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라 각종 오염물질을 수반한 ‘먼지 폭탄’이라는 데 있다.

‘처가와 측간은 멀면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는데 어느 스위스의 엔지니어는 이런 말을 했다.‘중국과는 멀면 멀수록 좋다.’



한반도를 옮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환경주권을 지켜내도록 온 국민이 지혜를 짜내야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04-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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