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세월/이호준 뉴미디어국장
수정 2007-04-02 00:00
입력 2007-04-02 00:00
한 친구의 경험담은 자리를 약간 무겁게 했다. 그는 약병의 설명서를 읽으려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글씨는 안 보이고 개미가 기어다니는 듯 가물거릴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늙는 것이나 죽음에 초연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며 살아왔지. 그런데 글씨 좀 안 보인다고 이리 서러운 걸 보면 전부 허풍이었어….” 늙는 게 섧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애면글면한다고 세월을 옭아맬 수는 없는 법. 앞에 남은 시간이라도 보듬고 아끼며 살아갈 수밖에….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2007-04-0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