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불륜의 대가/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수정 2007-03-07 00:00
입력 2007-03-07 00:00
성인(聖人) 반열의 소크라테스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불륜이고 보면, 장삼이사 갑남을녀야 일상의 고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일부일처제의 정신과 도덕에 위배되는 불륜은 세월이 흘러도 달라진 건 없다. 인간사회가 지속되는 한, 이성(異性)을 향한 본능을 도덕과 윤리, 법과 관습으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일은 아닌 듯하다. 행동규제를 일탈하는 불륜에는 으레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본인이 윤리적·법적 대가를 치러야 함은 논외로 쳐도 불륜 상대에게 물질적 대가도 흡족하게 줘야 한다. 연령·정력 불균형의 혼외남녀가 몰래 만나려면 돈많은 자가 상대에게 뭉칫돈이나 아파트쯤은 사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어느 아버지(사망)가 불륜의 대가로 내연녀에게 사준 아파트를 상속권자인 아들이 돌려달라고 했다가 망신을 당한 판결이 나와 화제다. 아버지는 아파트를 주면서 못내 아까웠던지, 아들 이름으로 근저당을 설정해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아버지가)불륜관계를 지속하는 대가로 사준 아파트”라며 “불법의 원인에 의한 증여는 돌려 받을 수 없고 근저당권도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 증여이긴 하나, 아파트를 ‘꽃값’으로 준 것이니 넘보지 말라는 얘기다. 재산을 주체 못해서 바람을 피우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불륜을 실컷 즐기는 대가로 준 아파트에 ‘딱지’를 붙여놓아 자식까지 창피 주고 떠난 그 아버지의 심술이 참 고약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3-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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