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화업계 11년 담합, 정부는 뭐했나
수정 2007-02-22 00:00
입력 2007-02-22 00:00
가격 담합은 자유시장 경제의 근본원칙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범죄로 다루고 있다. 부당한 담합을 한 기업들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업체들의 담합을 방치하고, 조장한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지적한다. 석유화학업체들의 담합은 1990년대 초 정부가 서산단지 내 대규모 신규증설을 허용하면서 국내 수급불균형이 악화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상공부는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을 해결하기 위해 신규투자 억제, 생산 감축을 위한 직·간접적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이것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조직적인 담합으로 이어졌다.‘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로 업체간 ‘배신’을 부추기며 조사를 쉽게 마무리했지만 정부가 업계의 반목과 갈등을 부추긴 점도 석연치 않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유화업계는 최근 고유가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과 내수침체, 중국·중동의 설비증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지도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규제와 처벌은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을 육성·지원하는 길이란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7-0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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