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달동네 겨울밤/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7-02-20 00:00
입력 2007-02-20 00:00
서울 강남의 어느 건물에 걸린 ‘달동네 겨울밤’ 사진. 온통 흰눈을 이고 있는 지붕 위로 전봇대에 매달린 백열등만 선연하다. 눈덮인 산골마을과도 같은 정감마저 느껴진다. 삐걱거리는 쪽문 소리도, 삶에 짓눌린 한숨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아침이면 빙판길로 바뀔 좁다란 골목마저 두툼한 솜이불을 깔아놓은 것처럼 포근하게만 보인다. 달동네를 이토록 따뜻한 평온이 깃든 곳으로 바꿔놓다니. 지나친 배반이다. 사진 건너편 언덕에서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있는 사진작가를 그려본다. 셔터를 누르는 그의 마음에 무엇이 떠올랐을까. 안도감일까, 위장된 평화에 대한 분노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0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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